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내 나이가 24살이지만, 나는 한번도 내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요즘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른스럽지 못하면 어른이라는 수식어 대신 꼰대라는 칭호를 달아준다.
그렇다면 다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불합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불합리한 세상과 마주한다. 아니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 우리는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다. 물론 생명의 탄생은 축복받을 일이다. 그렇지만서도 태어나 성장하면서, 수많은 불합리함을 마주친다. 시험, 성적, 친구관계, 연인, 이별, 취업. 어떠한 단어를 나열해도 그것 속에는 불합리함이 묻어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라면서 그 불합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신이 맡은 바를 할 때, 어른답다라는 말을 듣게된다.
나는 어른인가. 생각해본 적 없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지쳐 잠깐 바람쐬러 나와서 아빠에게 전화를 한다. 아빠는 항상 밭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아빠의 목소리에서는 힘든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방학 때 일주일 정도는 집에 내려가서 쉬곤 한다. 언제는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는데 마당에서 담배피는 아빠의 모습을 봤다. 그렇게 담배를 끊으라고 해도 듣지않는다. 아빠는 하염없이 밤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런 아빠의 뒷모습은 어른이었다. 아빠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불합리함을 마주쳤을까. 아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불합리함은 나를 위해 허비한 아빠의 청춘은 아니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항상 아빠가 떠오른다. 오늘따라 더욱 아빠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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