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지키지 못했는가. 나는 어떤 이유로 그 계획들을 지키지 못했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나지도 않을 하찮은 이유들을 변명으로 내세우고 지키지 못한 나를 스스로 합리화하며 내 자존감을 지켜나간다. 한심하다. 한심이라는 단어는 나를 보고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세로로 자른다면 그 동안 지껄였던 얼마나 많은 변명들이 쏟아질까. 후회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한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고 다시 지키지 못하고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나의 자존감은 점점 작아지고 열등감은 점점 거대해져간다. 작심삼일을 백번만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데, 왜 나는 이러한 나날들이 끝없이 반복된다면 아주 작디작은 옹졸한 자존심만 남은 열등감 덩어리가 되어있을 것 같을까. 겁이 난다.
나는 왜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가. 도대체 왜 나의 의지는 매우 약하고 욕심은 많은가. 매순간 나 자신과 타협하고 미룬다. 그리고 세웠던 계획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물을 바라보고 나에게 실망한다. 실망한 나는 나의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비교 대상을 찾는다. 추하다. 추하고 추하고 추하다.
전역하기 전, 마지막 근무를 서면서 상상했던 사회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은 멋졌다. 그러나 내가 꿈꿨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의 계획에는 없던 초라한 무언가만 남아있다. 나이는 차오르고 해보고 싶은 것은 많다. 내가 꿈꿔왔던 것. 내가 진짜로 해보고 싶었던 것. 그런 것들은 마음 속에 남아있지만 막상 책상에 앉으면 롤을 켜고 그러다 졸리면 잠을 잔다. 나의 꿈의 무게는 롤보다 하찮았고, 잠보다 가벼웠다.
자신의 꿈의 크기가 인생의 크기라고 하는데 나의 꿈은 내 인생을 대변하기에는 너무도 반짝였다. 나의 꿈을 바라보면 내 자신이 초라해서 꿈을 외면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아니, 사실 나도 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간에 지금부터 바로 잡으면 된다. 바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잡기엔 내 의지는 너무나도 희미했다.
그렇다면 다시, 나는 왜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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